구마모토는 크게 할 게 없는 도시다.
EP.0 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뭐 할지 찾다보니 산토리 구마모토 공장이 있었고 투어를 제공했다.
https://www.suntory.co.jp/factory/kyushu-kumamoto/?fromid=mailr
산토리 공장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맥주 관련 투어는
1. 일반 맥주 투어(무료)
2. 더프리미엄 몰츠 마스터즈 드림 투어(2000엔)가 있다.
나는 술을 잘 모르는데, 지인 형은 2번을 꼭 가고 싶어 했다.
야마자키 위스키가 유명한데, 그 오크통에서 맥주를 숙성한 거라 맛을 꼭 보고싶단다.
문제는 우리가 알게 됐을 때 이미 12월은 다 차있었다!!
1주일에 한번만 진행하고, 그마저도 스무명 가량의 소수로만 받아 치열한 듯 보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1번 일반 맥주투어로 예약을 걸어놨었다.
나도 혹시나 취소되는 공석이 나지 않을까 계속 들어가보고는 있었다.
보고 있으니 X 예약 불가(만석)으로 뜨다가 투어 며칠 전에는 세모로 바뀌면서 '전화로 예약하세요.'가 되었다.
나는 당연히 전화를 하면 자리 없을 거다 하겠지 하고 전화는 하지 않았다.
우리 지인 형은 정말 가고 싶었나보다.
출국 당일 형도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우리가 원하던 날이 세모로 바뀐 걸 확인을 한 것이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데 들뜬 채 나한테 알려줬다.
"이거 저번엔 X였는데 세모로 바뀌었어. 이거 뭔말이야?"
"아, 전화로 예약하라는 건데 저번 주에도 저렇더라구요. 아마 며칠 전에는 바뀌는 건가봐요."
"그래?(실망..) 그래도 한번만 전화해봐. (전화는 니가 ㅎ)"
"전화하면 안된다할 거 같은데.. 그리고 저 그정도로 일본어 못하는데요.."
"제발.."
이런 형을 보고 있으니 전화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내가 산 도시락 E-Sim에서 8천원 가량의 무료 통화를 제공했었고, 내가 이런 상황을 예상한 건지 인증 같은 귀찮은 과정을 미리 해놔서 바로 사용 가능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 (일본어로) 한국어나 영어 가능하신 분 계신가요..?"
다행히 영어가 가능하단다.
'야마자키 투어를 하고픈데요..' 하니 그건 여기서 예약 하는 게 아니란다.
'아 ..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른 번호인가?' 하고 다시 홈페이지에서 번호를 찾았는데 아무리 봐도 번호는 하나 뿐이다.
다시 전화를 해서 "아까 전화한 사람인데 야마자키 말한 게, 더프리미엄 몰츠 마스터즈, 야마자키 뭐시기다." 하니 그때서야 여기가 맞다면서, 미안하다고 한다.
"예약.. 가능한가요..?"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내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로 긴장되었다.
음.. 1자리만 남아있단다... 근데 본인 떄문에 전화를 2번 했으니 확인 후 해준단다!!
(연결이 안되서 전화 되게 많이 하긴 했다.)
예약 가능하다는 컨펌을 받고
이 기쁜 소식을 옆에서 조마조마 듣고 있던 형에게 알렸다.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보딩했다!
참고로 영어로 대화하였고, 이름과 번호 알려 달라해서 영어로 이름 알려주고 +82 10... 으로 핸드폰 번호 알려줬다.
텍스트로 보면 별 거 아닌 거처럼 보이겠지만.. 당시는 정~~~말 기뻤고 이번 여행이 술술 풀리겠구만 싶었다.
그래서 원래 예정이었던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에 예약을 했고,
그래서 더 시간도 찰떡이었다.
규슈횡단버스 내려서 호텔에 짐만 맡기고 타면 딱 맞았다.
3:15분 투어라 사쿠라마치에서 2시 차를 타면 됐었다.
(cf. 사쿠라마치 버스터미널 8:50 버스 타면 10시 가이드 가능
구마모토역에서 10:15 버스 타면 11:30분 가이드 가능
사쿠라마치 버스터미널 12:20 버스 타면 13:45분 가이드 가능
사쿠라마치 버스터미널 14:00 버스 타면 15:15분 가이드 가능)
규슈 횡단버스로 1시 조금 넘어서 사쿠라마치 역에 도착해 호텔에 짐만 두고 버스를 탔다.
사쿠라마치 버스터미널 2번으로 가면 아래와 같은 안내가 있고, 거의 시간 맞춰서 버스가 온다.
버스를 타면 기사 아저씨가 예약자명을 확인한다. (이름 말해주면 됨)
약 40-50분 정도 걸리고 도착을 하면 일일히 확인하고 결제를 한다.
확인하면서 직원분이 스몰토크를 하는데 아주 텐션이 높아 직업 의식에 놀랐다.
슥 둘러보니 한국인이 우리 빼고는 1명..? 정도 였던 거 같고 다 일본인이다.
술을 먹고 운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엄청 꼼꼼히 확인한다.
SUNTORY FACTORY AUDIO GUIDE라는 앱이 있다.
깔아도 락이 걸려있는데, 이걸 직원분들이 자기들 기계로 풀어주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 핸드폰인데 수 차례 시도에도 안됐는데, 블루투스를 끈 채로 하니 됐다.)
사실 공장 투어 자체는 일반적인 공장 투어랑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짧은 공장 투어를 하면서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준다.
실제로 공장이 가동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투어 후 시음이 진짜였다..!
시음은 총 3잔을 준다.
일반 프리미엄 몰츠
프리미엄 몰츠 마스터즈 드림
마스터즈드림 야마자키통에서 숙성
첫번째 시음한 프리미엄 몰츠는, 일반적으로 먹는 생맥주 맛이었으나
산지 직송이라 그런지 더 맛있었다.
뒤에 나오는 것들과 비하면 조금은 가볍고 청량한 느낌이었다.
맥주를 따르고 위에 거품을 어떻게 따로 올려주던데 3잔 다 크리미한 거품이 진짜 일품이었다.
두번째로 마신 마스터즈 드림은 좀 더 깊고 중후한 맛이 특징이었다.
마시고 있으면 앞에서 각 맥주들의 특징을 PPT로 설명을 해주는데,
마스터즈 드림은 쓴맛-감칠맛-단맛-여운으로 난다는데, 나 같은 허접은 그정도까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야마자키 숙성통에서 숙성했다는 맥주인데,
기대감에 부풀어 맛을 보니, 진짜 평생 먹어본 적이 없는 맥주 맛이다..
묵직한 맥주 맛 사이에서 위스키 맛이 은은하게 나는데 이게 소위 '킥'이다.
위스키는 도수가 세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거이다. (나 역시)
근데 얘는 분명 맥주인데, 위스키 맛이 난다.
위스키 샷처럼 맛이 강하거나 자기 주장이 강하지는 않지만, 범인(凡人)들 사이 천재마냥 티가 난다.
'이 요망한 녀석은 뭐지' 싶은 마음에 계속 홀짝 거리게 된다.
점점 사라지는 양에 맘은 아프지만, 홀짝거림을 멈출 수 없다.
먹고 있다 보니 '왜 소맥 처럼 위스키+맥주, 위맥을 먹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돌아오면 꼭 블렌디드 황금 비율을 찾아봐야지 했지만 아직은 실천하지 못했다.
풍부하고 묵직한 숙성 향은 시간이 갈수록 옅어지니 받자마자 향을 즐기면 좋겠다.
이 투어에서는 이 맥주를 살 수 있다.
이러한 교환권을 주는데
인당 2병까지 살 수있으며, 한 병당 7천엔이다.
시음 후 1층 내려가서 숍에서 교환권을 내고 살 수 있다.
우리는 위탁수하물도 없고, 구마모토에서 있을 시간이 많이 없어서 고민을 했지만
결국 하나 사기로 했다!
다음 날 출국 전날 마셨는데, 공장에서 먹는 게 더 맛있었다.
아무래도 따로 올려주는 크리미한 거품 유무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우리의 공통된 평이었다.
그치만 자금 여유가 있고, 위탁 수하물이 있었다면 꼭 샀을 거 같다.
맛이 특이해 한 입하면 구마모토에서의 추억이 쫙 떠오를 거 같고, 아니면 선물용으로 딱 좋을 거 같다.
3잔을 마시니 배가 부르다.
맥주를 남긴 사람이 있어도 대부분 야마자키 숙성 맥주는 다 마셨는데 누군가는 야마자키 숙성 맥주를 남겼다..
우리가 마시고 싶었으나 한국인의 이미지를 위해 참았다.
돌아오는 버스.
갈 때는 그렇게 조용했던 버스가 돌아올 때는 다들 한껏 상기된 얼굴로, 시끌벅적하다.
갈 때와 올 때의 분위기 차이에 우리는 폭소했다.
그런데 꼭.. 꼭.. 버스 출발 전에 화장실을 가라!!
앞서 말했듯 시내-공장은 40-50분 정도 걸린다.
구마모토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꽤나 교통체증이 있을 수도 있다.
오줌 마려운 몇몇 일본 사람들이 계속 버스에서 탈주를 한다ㅋ
일행 중 한명은 어디론가 달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게 웃기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우리 지인 형 표정도 안 좋다..
본인도 급하단다..
'참아보세요.. 조금만 더 .. ' 하다가 못 참겠다고
결국 우리도 내리겠다고 말했으나 기사 아저씨가 다 왔다고 조금만 기다려래!
이 상황조차 너무 웃기다.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형은 달리고, 기사 아저씨는 화장실이 N번 정류장에 있다고 알려주셨다.
나는 다른 쪽으로 달려가고 있는 형을 향해 N번 정류장으로 가라고 외쳤다.
다행히 형은 지리진 않았다.
여러분들은 꼭 버스 타기 전에 화장실을 가시던지, 물을 적게 드세요.
산토리 구마모토 공장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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